01. 어이없는 사고


숨도 꽉꽉 막힐정도로 더운 여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에 씌인건지, 미리 짜여진 스케줄 같은거였는지..

그날 따라 밖에 나가기 싫었는데.. 하필 그 늦은 시간에, 한번도 신지 않은 신발을 신고 나가다 시원하게 슬라이딩 했다. 그냥 갑작스런 일이라 어떻게 넘어졌는지도 모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어나 걸을 수도 없었다.  팔이 부러져도 모르고 수업 다 듣고 오는 곰팅같은 내가...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쏟아질정도로 아팠다. 



02. 골절수술과 염증


뭔가 문제가 생겼구나 싶어 수소문을 통해 골절수술로 유명하다는 송파 뉴스*트 정형외과 전문병원에 갔다. 한건물짜리의 나름 큰 병원이었다. 당장 아픈것보다 앞으로의 일정과 수많은 약속, 제모하지 않은 다리가 걱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걱정거리도 아니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인대도 나가고 걷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겁주는 바람에 멘탈날리고 떠밀리듯 급하게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 후 무통으로도 소용없는 어마무시한 통증으로 밤새 울며 진통제란 진통제를 다 맞고 새벽에서야 한두시간쯤 잤나....원래 수술 받기로한 주치의 의사(병원장)가 수술 직전에 말도 없이 다른 의사로 바꼈다는걸 알게 됐다.... 뭔가 찝찝했지만 뼈만 붙으면 되겠지 생각했다. 퇴원을 앞두고 수술한지 2주 조금 못되서 마지막 소독을 위해 붕대를 풀렀는데..... 수술한 부위에서 피진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피부가 아무는 증상이라고 생각했던 간질간질함과 간혹 생피부를 칼로 찢는듯한 통증이 염증 증상이었을 줄이야....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병실에서 받았던 드레싱을 수술실로 옮겨가 치료를 받아야 했다. (부분)마취도 없이 봉합부위를 있는 힘껏 진물을 눌러 짜는데 악소리가 절로 났다. 그렇게 매일 치료 받고 나오면 얼굴에는 눈물 번벅에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약으로 먹던 항생제를 주사로, 이전보다 더 강한걸로 바꼈고 그 부작용으로 두드러기로 온 몸이 가려웠다. 알 수 없는 열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으며 온 몸이 추위에 덜덜 떨렸다.


어느날은 불러서 염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골수염 가능성이 반반이고 상황봐서 핀 제거를 하는 재수술을 받아야 될거라고 했다. 그 와중에 균배양검사를 해야 되는 단 한명뿐인 내과의사는 휴가중이었다. 검사를 빨리 마치고 균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되는데 휴가라닠... ㅋㅋㅋ 염증 치료는 진물 짜는걸로는 부족했는지 결국에는 봉합부위를 풀고 벌려서 염증을 씻어내고 안에 거즈를 넣어두고 염증부위는 보여주지도 않는 등 이상한 분위기로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결국은 의사에게 타 병원 진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집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로 가면 대체로 그 병원으로 옮겨갈 수 있단 말을 들었기에.... 몇명의 의사가 왔다갔다하며 내 상태를 보더니 병원에서는 못받아준다고 했다. 염증치료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과 병실이 없다는 이유였다. 나는 찬밥 신세였다. 하긴.. 내가 의사였어도 다른 병원에서 사고친 환자를 받아줄 이유 따위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뉴스*트 병원에서는 찬 바람이 씽씽 불었다. 제대로 찍혔구나 싶었다...

내가 병원에 계속 있자니 병원 이미지가 떨어지고 수술 하려던 다른 환자들도 수술 안하려고 한다고.. 정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고 싶으면.. 당장 위험할 수 있으니 핀 제거 수술만 하고 다른 병원에서 염증 치료를 하라고 했다. (이땐 몰랐는데.. 병원을 옮겨가려면 수술 등의 어떤 구실이 있어야만 갈 수 있다. 내부 플레이트 제거를 하면 타 병원으로 절대 옮겨갈 수 없다. 절대 염증 치료만으로 받아주는 병원은 없다.) 보통 수술 전날이나 직전에 하는 수술 동의서를 일단 미리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안해도 된다는 말에 동의서에 작성했는데... 이건 좀 아닌거 같아서 싸워서 되돌려 받았다. 

나중에 수술한 의사가 이것에 대해서 따져물어 한참 대화를 하다보니, 결론은 염증 치료하는 척 하면서 핀 제거를 하려고 했던거였던거다.. 어짜피 수술 동의했다는 확인서가 있으니 따로 물어볼것도 없다는 거였으니까...

그 후로 원래 주치의였지만 한번도 볼 수 없었던 병원장은 툭하면 불러서 하는 말이 환자는 검사결과 알 필요 없고 기도만 하면 되며, 수술하라면 수술하고, 뼈는다시 잘라내고 붙이면 되고.. 염증은 플레이트 제거후 그대로 덮는다고 했다가, 염증이 걱정되면 깨끗한 플레이트로 다시 박아주겠다고 했다가.. 다른 의사들도 자신한테 찾아와 수술 받을정도로 실력있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믿으라고며 말같지도 않은 말을 늘어놓았다. 마치 뱀 혀같았다.
나는 열이 점점 더 올랐고 상태는 더 나빠졌다. 항생제를 계속 늘리고 있지만 전혀 나아지질 않았고 병원장은 매일, 부모님이 안계신 시간때에만 나를 불러서 말같지 않은 말만 늘어놓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다리 한쪽 절단을 하거나, 내가 죽겠구나 싶어서 병원을 박차고 나왔다.


3주만에 돌아온 집은... 어색하기만 했다. 다치기 전의 풍경이 그대로 있었다. 

어색하게 벽에 기대어 앉은 나는, 이대로 어디든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거 같아 절망스러웠고 무서웠다. 

서울에 있는 많은 병원엘 전화했다. 그러나 아무도 안받아준다고 했다. 정 진료 보고 싶으면 몇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겨우겨우 사정사정해서 호의적으로 와보라는 병원 몇군데에 진료 예약할 수 있었다. 서울에 많은 병원중에서 단 3곳!만 예약할 수 있었다. 예약된 날이 돌아와 찾아간 S대병원은 호명되서 들어간 곳은 진료실이 아닌 처치실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붕대를 풀고 내 다리를 봤는데..예쁘게 붙어있어야할 봉합부위에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서 속에 내고정한 핀이 다 보였다. 그 안에서 피진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걸 본 교수님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한참을 보시더니 이렇게 쉬운 수술을 왜 이 지정이 됐는지 이해를 못한다며 안쓰러워하셨다. 그런데.. 재수술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ㅠㅠ

절망스럽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 "언제까지든 기다리겠다".. 하며 교수님을 붙잡고 사정을 했다... 

한참을 일정을 찾아보고 하시는 말씀이... 일주일은 기다려야 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어떤 병원은 몇개월을 기다려야 된다고 했는데 일주일쯤이야..! 바로 입원 수속했다. 


두둥! 드디어 수술날이 다가왔다. 

염증 치료를 위해 핀 제거 수술을 한다. (내부 플레이트 삽입)첫 수술을 한지 딱 한달만이다. 수술실은 분명 무서운 곳이지만 인공와우를 벗고 들어간 수술실에서는 소리도 못듣고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내게 안심을 시켜주며 추우면 따뜻한 바람을 넣어주며 안심시켜주었다. 아주 푹 자고 일어나니 수술 후 회복실로 옮겨왔는지 눈을 떠보니 분위기가 부산스럽다. 내 옆에는 초록색 가운을 입은 엄마가 인공와우 기기를 가지고 앉아 계셨다. 수술 후 주의사항을 들어야 되는데 고가의 인공와우 분실위험성도 있을 수 있어서 보호자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깨어나면 바로 인공와우를 착용할 수 있도록 배려주셨나보다. 금방 끝난다던 수술이 생각보다 길어졌다는 것과, 뼈 근처까지 염증을 긁었지만 골수염까지는 걱정안해도 된다고 하셨다. 보통은 내고정 제거후 염증을 긁어낸 후 내고정을 다시 하지만 나는 추가 내고정 없이 그대로 굳히기로 들어갔다. 붙지않은 골절과 염증+ 플레이트 제거로 인해 뼈에슝슝난 많은 구멍까지 추가된 상황.. 수술을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상황이 온거다. 어이없어 웃음이 났다.ㅋㅋ


병원 생활하면서 옆자리에 무식하게 힘만 세고  4가지 없는 보호자가 침대를 자꾸 치는 바람에 여러번 다리가 두동강 날뻔 했지만 그 외에는 순조로웠다. 균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교수님도께서도 앞으로의 일을 알 수 없다는 불투명하게만 말씀하시고 퇴원일로 미뤄져서 조마조마한 며칠을 보냈다. 밤이면 매일 악몽을 꿨다. 얼마지나지 않아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다행히 그다지 나쁜 균이 아니라고 하셨다. 증상이 워낙 심해서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는데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그런데 그 균 종류(이름)도 그렇고, 발견된 시기를 보아 첫번째 병원 수술과정에 감염된거라고 했다....... ㅋㅋㅋㅋㅋ

다행히 약물치료할 수 있는 균이라고 그대로 약 처방받고 통깁스하고 그대로 퇴원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균이란건... 골수염 균에 비하면 순한거지만... 발견된 2개의 균 중 하나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 균이었다 ㅜㅜ




03. 드디어 퇴원. 그러나...



퇴원의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열이 계속 올랐다. 급기야 열이 40도가 넘었다.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는데 앞이 안보였다. 


"엄마... 나 눈이 안보여"


그 동안 항생제 부작용으로 두통, 구토, 피부 가려움증, 어저러움증이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앞도 안보이고 열은 오르니 목발로 어딜 갈 상황이 아니었다. 구급차를 불러 급히 응급실로 향했다. 양쪽 1.0이었던 시력이 하루아침만에 원인불명 초고도근시 진단을 받았다. 이 정도면 회복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 특수 안경 써야 된다고 했다. 한번도 부모님 앞에서 눈물 보인적 없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엄마, 나 이제 어떻게 살아? 소리도 제대로 못듣는데 이젠 보이지 않고 다리도 이렇고.. 죽고 싶어도 걷질못하니 자살하고 싶어도 못할거 같아.. " 


열이 계속 오르고 정신을 잃어서 몇번이나 응급실에 실려갔다. 

그때마다 응급실에선 과란 과 모든 의사들이 모여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 암 검사까지 했다. 혈액을 뽑으면서도 전공의는 연신 많이 뽑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뭐.. 결론은 약 부작용으로 고열이 나타났던거고, 눈은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다행히 며칠만에 기적처럼 시력이 돌아왔다. 



04. 이겨낼 수 있는 방법


항생제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결국은 1:1 진료를 받기 위해 감염내과로 옮겨갔다. 교수님께서는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제한적이라 치료가 우선적이니 부작용이 있더라도 참고 버티자고 하시며, 균 2개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약부작용이 너무 심하니 하나는 착한 균은 면역으로 잡자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약 하나가 있는데 최후의 수단에만 쓰이며, 의사들도 잘 쓰려고 하지 않는 약으로 보험을 해도 워낙 고가라 비싸고 부작용도 심해 길게는 못쓴다고 한다. 그래도 할 수 있는데까지는 전부 해보자고 하셔서 마음이 약간 놓였다. 


집에와 열어본 항생제에는 어마무시한 주의사항 및 합병증 등의 경고가 끝모르게 써져 있다. ㅜㅜ

이건 주의사항이 아니라 협박수준이었다. 


시간은 흘러 흘러.... 통깁스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다음 정형외과 진료가 돌아왔다. 통깁스 풀거란 기대에 마음에 마음이 붕붕 떴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뼈가 하나도 붙지 않았단 말을 듣고서야 잘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뼈가 너무 안붙으면 뼈이식 수술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결국 통깁스를 새로 두르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실망도 잠시.... 본격적 식이요법 시작이다~! 염증에는 밀가루 음식과 닭, 돼지고기가 염증 유발음식이라고 해서 치료기간 동안은 금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TV 켰다하면 음식 관련 프로그램만 나오는지... 자유롭지 않으니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들도 먹고 싶어졌다. ㅜㅜ시원하게 냉면 한그릇 먹고 싶은데.. 뭐라도 먹고 싶다고 하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며 부모님께 혼쭐이 났다. 그때마다 다 나으면 먹고 싶었던 것들 원없이 먹겠노라 각오를 다짐하며 못먹는 음식 외에 가리지 않고 뭐든 푹푹 먹었다. 


3끼 식사는 기본. 

매일 삶은 달걀 2개, 우유 1컵, 재철과일, 칼슘 영양제. 

한달동안 과일중 복숭아만 11박스, 망고 5박스, 자두 2박스, 체리 1박스(특대)를 먹어치운듯...ㅋㅋ

입맛을 잃어 뭘 먹어도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의무적으로 무진장하게 먹었다. 


항생제는 시간 맞춰 먹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내성위험성 때문이라고...

그래서 시간을 정해놓고 밥을 먹든, 못먹든 그 시간 만큼은 꼭 지켰고, 항생제와 충돌할 수 있는 음식과 기타 약도 모조리 끊었다. 스트레스가 염증을 더 심하게 한다고 해서 매일 즐거운 일을 찾았다. 날씨 좋은 날에는 휠체어 끌고 나와 산책도 하고, 게임도 하고 신나는 노래도 듣고 밀린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보며 지냈다. 


염증때문일까 약간의 결벽증같은게 생겨서 눈에 보이는 무엇이든 소독을 해야만 했고, 손도 자주 씻었다. 걷지를 못하니 화장실가는것도 일이라 소변이 마려워도 5번갈거 꾹 참았다가 한번가고.. ㅋㅋㅋ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바퀴달린 의자에 앉아서 한발로 열심히 끌어 이동했다. 느려터져 앞으로 못나가고 있으면 엄마가 뒤에서 밀어주시는데.. 그럴때마다 "오빠.. 아니 언니~ 달려~!!!!"  이러곸.. ㅋㅋㅋ 목욕 한번 하려고 하면 최소 1~2시간이 걸렸다. 통깁스로, 상처부위로 물이 들어가면 염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깁스한 다리에 대형 쓰레기봉투로 두르고 그 위에 두꺼운 수건으로 완전 봉쇄했다. 그러고서도 안심이 안되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씻어야만 했다. 매일 때를 미는데도 지우개가루처럼 쭉쭉 밀려나왔다. 샤워는 계속했는데 겨우 몇개월 목욕 못했다고 온 몸이 때로 시커멓다. ㅋㅋ 그렇게 씻고 나오면 힘든만큼 침대로 돌아가자마자 기절... 덕분에 푹 잘 수 있었다. 힘든시기를 이렇게나마 신나게, 바쁘게 보내려고 노력했던거 같다.



05. 해피엔딩 


한달이 지나 다시 정형외과 진료를 갔는데 뼈가 70% 붙었다고하셨다. (기쁜 맘에 속으로 디스코 한번 췄다 ㅋㅋ) 통깁스를 풀고 발목 위아래로 움직이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고 걷기는 절대 안되며 발바닥이 땅에 딛는 연습만 하라고 하셨다.  씬나서 집에오자마자 처음으로 발을 땅에 살짝 딛어봤다. 발가락이, 발바닥이 혼자 놀라 파들거리고 난리를 쳤다.ㅋㅋㅋ 발가락도 발목도 굳었는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퉁퉁 붓고 좀비 다리처럼 시커먼 다리를 보면 암담했다.. 그리고 딱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된며, 딱지 떨어지면 다시 염증 치료해야 된다고하셔서 그날로 잠을 잘때마다 다리에 붕대를 칭칭 두르고 다소곳이잤다. 


딱지 떨어지지 않게 다리 봉인~! 



도수치료를 받아야 될지 걱정도 들었지만 일단 혼자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미동도 없는 발가락과 발목을 보며 매일 움직이기 연습을 하니 나무토막 같았던 발목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개월만에 항생제를 졸업했다. 다른 항생제보다 부작용이 심해 오래 쓸 수 없는 약이기도 했지만 드디어 염증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교수님게서도 우려하셨던 큰 부작용 없이 약 복용을 중단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내 몸은 약 부작용과 힘이 들었는지 빈혈수치와 간수치, 기타 다른 수치가 비상적으로 엉망인데다가 몸은 퉁퉁붓고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져서 정수리가 휑해졌다. 


한번 염증이나면 회복이 더디다고 한다. 
뼈는 아주 조금씩 느리지만 천천히 붙어가고 있었고 큰 고비 넘겼으니 체중을 실어 걸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다치기 전  평소 걸음으로 10분쯤 걸리던 거리가 4~5시간이 걸렸다. 점심 먹고 나와서 한바퀴 돌면 해가 지고 있었다. 

발바닥, 종아리, 허리와 어깨 온 몸이 으스러질듯 아팠지만 그래도 다리가 살아있다는 것과 걸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열심히 재활한 결과 4~5시간에서 3시간으로, 2시간으로, 1시간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아직은 많이 절뚝거리고 뛰려고 하면 한쪽 다리는 뛰고 한쪽은 걷는 웃픈 현실이지만 최악의 경우(골수염)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과 뼈가 잘 붙고 있다는 현실에 안심이 되고 기뻐서 눈물이 난다.


뼈가 붙는거 까지, 걷는거까지 봐야 안심할 수 있다고 하신 정형외과 교수님의 말씀만 벌써 몇번.... 

지금쯤이면 뼈 다 붙었겠지..? 하고 몇개월 간격으로 진료를 가면 안 붙고, 또 안붙고.. ㅋㅋㅋ 느린 회복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진료를 본 후에야 드디어 정형외과를 졸업할수 있었다. 오늘로 마무리 하자는 교수님의 말씀에 기쁘면서도 아쉬움이 확... ㅠㅠ 매일 염증이니 이상증상이니 뭐니 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교수님 쫓아다니느냐 정들었던데다 아버지(나 같은 딸 두는건 싫으시겠지만 ㅋㅋ) 같은분이라 더더욱 못뵌다 생각하니 속상했다. 

다치고 염증치료와 뼈가 거의 다 붙기까지.. 거의 1년.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


한순간의 단순한 사고로 이렇게 될 수 도 있구나.. 아주 뼈때리는 경험을 제대로 한 듯 하다. 

병원비만 몇백만원, 무쟈게 거절 당하면서도 타고 다닌 택시비만도 족히 몇백만원, 그 동안의 몸과 마음의 고생...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렇지만 돈이야 없다가도 생기는거고,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면 되는거고, 몸은 회복할거고, 다리도 다시 걷고 달릴수 있으리라. 




재활방법 (소개하는 재활방법은 위험할 수 있으니 전문가(주치의) 상담후 실행하시기 바랍니다)


* 깁스를 풀었지만 걷지는 못하고, 발목 각도 연습만 해야 될때


1. 되든 안되는 발목을 열심히 앞, 뒤, 좌, 우로 움직여준다. 

2.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를 습관적으로 한다. 

3. 스트레칭 밴드나 긴 수건으로 발목을 당겨준다. 

4. ㄱ, ㄴ, ㄷ...abc 등 문자쓰기 연습한다. 


딱보기에도 문제의 다리는 왼쪽..! 

하.. 나무토막이다.. ㅋㅋㅋ 반도 못했는데 이미 정신줄 놓곸..ㅋㅋㅋ 자음 순서도 마구 뒤집어진다 ㅋㅋㅋ

이거 한번 하면 정신 혼미... 등에 땀이 주르륵... ㅠㅠ


* 걷기 명령이 떨어지면 목발 사용이 필수인데 목발 사용방법을 충분히 숙지후 써야 어깨와 손목, 허리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방법은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다리에 힘이 어느정도 붙고, 목발 졸업 허락때까지는 가능하면 걸을때 목발 사용을 해야 된다. 목발 사용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ㅎㅎ


* 오랜 깁스 생활로 발목이 많이 굳어서 비싼 돈 들여 병원 내 재활센터에서 재활할 뻔 했지만 가장 간단하고 공짜 재활 방법 덕분인지 잘 걷는다며 칭찬 받았다. 잘 걷기 위해서는 발목 각도가 필수적이더라...


1. 따뜻하게 찜질해서 근육을 풀어준다. (tip. 염증이 있거나 수술(상처)딱지가 떨어지지 않은 사람은 건식 찜질)

2. 공원에 가면 흔히 보이는 기구를 최대한 활용한다. 

3. 평평한길, 울퉁불퉁한길, 높은 길, 내리막길, 계단 등등 다양한 길을 많이 걷는다. 

4. 비와 눈이 오는 날에는 야외 운동 피하자. (길이 미끄러워 넘어질 수 있다)


발목 좌우 꺾이가 어려워서 길 가다가도 높낮이 차이가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옆으로 눌러 꺾었다. 

너무 아파서 흐어엉~ 우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ㅠㅠ 


한번 염증이 발생하면 회복이 많이 느리다고 한다.  

1도 붙지 않은 골절+염증+수술한지 한달만에 플레이트 제거로 인해 

뼈가 슝슝 구멍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활을 하더라도 

다친 다리쪽에 체중으로 꾹꾹 누르거나 힘쓰는걸 최소화했다. 


- 위의 재활방법은 위험할 수 있으니 전문가(주치의) 상담후 실행하시기 바랍니다 -





병원 에피소드 - 병원생활중 짤막한 일기


링겔에서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안그래도 간호사가 혈관이 앏아 아껴써야된다고 했는데..아주 쬐금 힘 썼다고 이런다. 병실에는 허리아프신 어르신만 계셨다. 간호사실 호출 버튼도 없고 이 다리로 뛰어나갈 수도 없고... 앞에 계신 어르신께 "간호사 불러야될거 같아요" 하니 날 보시고 기겁을 하셨다. 

나는 봤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엄청 빠른 속도로 소리를 내지르며 달리시는걸... "으허엉 허어엉"하며 간호사실을 향해 달리는데 내가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지 간호사도 얼굴이 사색이 되어 들어오셨다. 내가 쓰러진줄 알았다고 했다...ㅋㅋ


*

우리 병실은 유독 일찍 불이 꺼진다. 집에서라면 잠이 안올땐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볼텐데 공동생활을 해야되는 여기선 강제 취침을 당한다. 다리라도 자유롭다면 잠시 밖에 나갈 수 있을텐데 이동에도 제약이 있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몇번을 뒤척이다 실낱같은 빛을 찾기위해 눈을 굴리다보면 살짝열린 창문으로 종일 꺼져있던 집에 하나둘씩 불이 켜진다. 참 부럽다. 하루를 끝내고 퇴근한 사람들이겠지.. 이 어둠 속에서 꼼짝없이 누워 있다보면  내 실수를, 급한 성격이 한 몫한 이 상황을 후회하게 된다. 올 여름에는 웨지힐을 신고 팔랑이는 스커트를 입고 외출하고 싶었는데...그때 조금만 조심했으면... 그래도 후회해봤자 뭐하나...  늘 후회와 현실 받아들임과 (앞으로 있을 재활)결심을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한다.


*

처음으로 혼자 휠체어를 끌고 화장실을 갔다. 평소라면 엄마가 끌어주셨을텐데 잠시 외출하시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다. 보통 혼자 있을땐 병실 분들이 도와주신다. "혼자서도 잘 타쥬?" 몇번을 휠체어 운전(?) 능력을 뽐내보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겐 불안해 보였나보다. 절대 휠체어를 혼자 끌고 다니게 두지 않으셨다. 병실에 아무도 안계실때 이때다 싶어 얼릉 휠체어에 올라탔다. 화장실 입구가 좁아 들어가긴 어렵지만 못들어갈것도 아니기에.. 들어가 자리잡고 문도 걸어 잠궜는데..와우에서 종료 신호음이 울린다. 주머니를 뒤적여 봤는데 배터리가 없다. 침대위에 놓고 온게 떠올랐다. 다시 나가서 가져올까 했지만 두번이나 왔다갔다 하기엔 너무 힘들다. 병실 바로 앞에 있지만 화장실 안까지 들어오기까지 15분이나 걸렸는데..또 나갔다 올 체력이 없다.ㅜㅜ 불현듯...잘못해서 화장실에서 넘어졌는데.. 소리를 못듣는 상태에서 전화를 하더라도 제대로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다른건 몰라도 와우 배터리만큼은 꼭 챙겨 가지고 다녀야겠다.


*

씻으러 화장실에 왔다가 놓고온 게 있어서 엄마가 잠시 병실에 가셨다. 

물론 혼자 휠체어 타겠다고 넘어질걸 예상해 나와 휠체어를 멀리 떨어트려놓고 -문은 닫혀있지만 잠겨있지 않은- 무방비 상태이다... 대체로 다른 병원과 비슷하게 다리에 불편함이 있는 환자들만 쓰는 화장실은 사고를 대비해 문을 잠그지는 않는다. 

문고리에서 멀리 있어도 팔을 쭉 늘어트려서 열고 잠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럴땐 가제트가 참 부럽다.

하루에 몇번 볼 수 없는 하늘을 화장실 위에 위치해 있는 창문을 통해 멍때리며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찬 바람이 불어온다. 뭐지? 싶어 보니 문이 살짝 열려있고 문 밖으로 키 큰 남자가 눈만 삐죽 내밀고 - 옷을 살짝 걸친 - 틈 사이로 보이는내 볼품없는 몸뚱어리를 쳐다보고 있다. 뭐 볼게 있다고... 얼마나 정신없이 보고 있는지 내가 눈치챈것도 모르고 있다.  이젠 놀랍기는 커녕 어이없다. 어딜가든 이런 개같은 인간들이 있구나 싶다. 여긴 환자전용 화장실이니 저 인간도 환자일텐데...노크 매너 모르니? 사람있으면 얼른 문 닫고 나갈것이지 같은 환자 끼리 이러기니?


*소독을 위해 전공의 선생님이 다니고 계실때였다. 소독이 워낙 쓰라려서 무서우니 튀자고 농담할 때였는데...

신발을 신으려고 보니 바닥이 질퍽하다. 알고보니 옆자리 사람이 커피를 쏟았나보다. 쏟았으면 얼른 치울것이지 자기 자리아니라고 모르는척 한거 같다. 대체 내 옆자리 사람들은 왜 이런지...? 첫번째 사람은 욕을 하질 않나, 두번째 사람은 보호자는 덩치도 크고 건강해보이면서 빈혈이라도 있나 내 자리 침대를 밀치고 다니며 흔들지 않나... 소독이 끝난 뒤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도 미끄러운데다 신발 바닥도 젖었는지 그만 미끌.. 무조건 조심하라고 한 발을 땅에 딪어버렸다. 얼마나 아픈지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뼈가 어긋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다. 


*

옆 침대에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언니가 있다. 늘 커튼을 치고 있는 고독한 느낌의 언니이다. 오늘도 늘 그렇듯 오래 산책나갔다가 돌아오셨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고 보호자 아주머니는 한참을 웃으셨다. 뭐지? 했는데 순간 역한 냄새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구린 냄새가 커튼을 넘어 내게로 다달았다. 다리 때문에 피신도 못하고 이 자리에서 냄새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언니랑 친하면 농담 던지며 웃음으로 마무리라도 하는데 이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 내 신세여..! 


*

혼자 뻗정대고 굽혀지지 않던 새끼 발가락이 드디어 내 명령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끼발가락을 움직이려면 왼쪽 복사뼈 근처에 근육이 있어야 되나보다. 새끼 발가락을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그 부위가 자꾸 욱신욱신하다. 작은 근육도 이 처럼 중요하다는걸 처음 느꼈다. 


*

휠체어때문에 자주 거절당한 택시. 숨도 쉬어지지 않는 이 무더위속에서 택시만 30분 기다릴때도 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착한 택시운전기사님을 만났다. 차가 흔들리면 아플까봐 조심조심 운전해주시고, 염증나게 만든 병원 욕도 해주시고.. ㅋㅋㅋ 타고 내릴때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나를 번쩍 들고 휠체어로 옮겨주셨다.. 소만한 나를 말이다....ㅋㅋㅋ

아... 저 한발로도 잘 뛰어요... 하며 보여주니 택시운전기사님은 아기같이 박수까지 치며 아구아구 잘한다 하며 좋아하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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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하면 먹고 싶은거 : 탕수육, 핫도그, 짬뽕, 짜장면, 짜파게뤼~, 콘푸라스트, 콘치즈, 돼지갈비, 초밥, 치킨, 오사쯔과자, 라면, 스파게티, 크림파스타, 밤식빵, 햄버거, 피자, 삼겹살, 샌드위치, 족발, 곱창, 쫄면,돈가스, 메밀국수, 돼지국밥, 조리퐁, 라멘, 우동, 설렁탕, 핫케이크, 라볶이, 과메기, 마늘바게트, 와플, 다코야키, 계란빵, 만두, 김치전, 꼬마김밥, 물회, 핫바, 붕어빵,고래밥, 오징어 볶음, 제육볶음, 해물탕, 모듬/참치/연어 회, 오!그래놀라, 침대밑에 있는 병문환 간식(과자와 각종 빵), 먹물ㄹ빠네, 새우구이, 용남시장 샐러드빵, 감자탕, 부대찌개, 오뎅탕, 전골, 샤브샤브, 소고기무국, 육개장, 수제비, 불고기, 갈비, 잡채, 갈비찜, 치즈케이크, 떡갈비, 녹차(말차)케이크, 닭도리탕, 팥빙수, 멸치국수, 닭꼬치, 수육, 맘스터치 햄버거




보장구(휠체어, 보행기, 목발 등) 무료 대여


복지관, 동사무소, 구청,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공단-사이버민원센터 / http://minwon.nhis.or.kr/menu/retriveMenuSet.xx?menuId=MENU_WBMAF)에서 무료로 대여 가능하다. 


보통 복지관 및 동사무소는 2주 정도 무료 대여가 가능하나 상황에 따라서 연장 사용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공단은 기본 2개월에서 최대 4개월까지 무료 대여 할 수 있다. 전화 신청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내가 알아본 바로는 신분증을 가지고 방문해서 신청서를 직접 작성해야 대여가 가능했고 대여와 반납도 직접 해야 된다 (즉, 배달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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